책을 펼치면 김금희 작가 소개에 이렇게 적혀있다.
"하루를 살면서 무언가 흥미로운 풍경이나 사람들을 보면
그것이 주었던 아주 먼지같이 사소한 기미들도 기억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
그래서인지 일상에서 느끼는 작고 그저 스쳐 지나가는
실오라기만 한 감정들을 글로 아주 잘 표현해놓았다.
보통은 감정을 공감하기만 할 뿐
영상을 그리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 같은데,
이 책은 읽으면서
영상을 그릴 수 있을 만큼 너무 자연스러운 글이다.
이 책은 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과연 소설이 맞을까?
늘, 항상, 자주 일어나는 상황들이며
생각이 많은 나에게는
인물들이 느끼는 그 감정 또한 자주 느꼈던 것들이다.
친하다고 굳게 믿었지만
실상 그 아픈 속내를 우린 아무도 몰랐던 것.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친하니까
그런 응어리쯤은 맛있는 거 하나로도 쉽게 녹여지니
그저 누구든 한마디만 내뱉어보자는 것.
다들 특이하다며 누군가를 단정 지었지만
다시 돌이켜보면
그가 특이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저 단정 지은 사람이지 않았을까.
헤어진 상대와 연락을 위한 구실을 찾는 것
(속내는 그렇지만
표면적으로 나는 진짜 네가 아니라 목적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
너를 기다리는 그곳의 난방 기구가 고장 나서 추웠지만
네가 오지 않아서 시린 마음이 육체까지 지배한 것은 아닌지.
사라진 너의 행적을 쫓아지만
별거 아닌 너의 말속에서 나는 이해할 수 있음에
어쩌면 우린 각박한 세상에 그 길이 길더라도
하염없이 기다려 줄 존재 하나씩은
필요한 삶에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늘 당연하게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았던 존재의 부재 속에 느끼는 미안함과 그리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체를 보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진실.
!
어떤 날에는 모든 것이 괜찮고 제대로인 듯 하지만
어떤 날에는 반만 그렇고
또 어느 순간에는 불행히도 전혀 그렇지 않은 것.
-
그리고 여전히 연락이 닿지않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사람들의 화사한 일상을 SNS로 지켜보았다.
이 도시의 어딘가에서 시작되고 있는 그들의 아침이
이 작고 완전한 프레임의 사진들처럼 온전할지,
그러니까 제대로일지,
혹시 잘려나간 어느 편에서는 울고 나서 맞는 아침은 아닐지 생각하면서
@그의 에그머핀 2분의 1
앞으로도 어딘가에서 불현듯 추위를 느끼고 혼자임이 실감된다면
어디든 가장 가까운 곳에 들어가 누구도 기다리지 않고 따뜻한 것, 아주 따뜻한 것을 먹겠다고.
-
윤은 자기가 느끼고 있던 추위, 차가움이 착각이 아니라 실제였구나 싶었다.
@파리 살롱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야? 대체 사랑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그 시간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어떻게 되긴 어떻게 돼, 다 끝났지.
끝이 나면 그냥 끝이 난 것 아닌가.
쓱 썰어낸 무처럼 관계는 동강 나고
이제 내가 감당해야 할 상처들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우리가 헤이, 라고 부를 때
나는 지하철을 탈 때 마다 문든문득 하는 생각,
대체 지하철의 이 빈 공간들이
어떻게 지상의 압력을 견디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 빈 공간이 견디는 것이 아니라
지상이 빈 공간을 견디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견디고 있어야
이 도시라는 일상의 세계가 유지되는 것이고.
각별히 애정한, 마음을 준 누군가 우리 일상에서 빠져나갔을 때,
남은 고통이 상대와 유리된 오로지 내 것이 되면서
그 상실감을 견뎌내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상대 역시 견뎌야 완전한 이별이 가능한 것처럼.
@우리가 헤이, 라고 부를 때
"잘은 모르지만 나빠지지는 않으려고."
"그래, 나빠지면 안 되지. 그거면 되지."
-
"나빠지지 않겠다고 해. 어디서든 그러자고."
@아이리시 고양이
나는 내가 보지 못한 할아버지의 일상이 어땠을까를 상상했다.
행복했을까, 며칠에 한 번씩 웃었을까, 혹은 울었을까,
누구를 그리워했을까, 혹시 나를.
그런 생각이 들면
이제 더 이상 자신을 소진하면서까지
무언가를 이야기하지는 않는,
왜 그런지 멈춰버린 소년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답은 없었다.
-
긴 출장에서 돌아오고 나니 소년은 치워진 뒤였다.
-
"마지막으로 팔을 슥 들며 흔드는가 싶더니
아주 전원이 나가버렸어."
-
그 뒤로도 나는 운동 기능이 전혀 없는 소년이
어떻게 팔을 들었을까를 종종 생각했다.
-
어느 날에는 소년이 내가 궁금해 하던 할아버지의 모습,
세상과 작별하던 시기의 할아버지를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팔을 드는 것은
손을 흔드는 것이기도 하고 누구를 부르는 것이기 하고
어쩌면 가만히 가만히 춤을 췄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
그렇게 말없이 춤을 춰보는 어느 밤이
그래도 할아버지와 소년에게 있었으리는 사실이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유년의 어느 날에 우리가 그랬을 것처럼,
햄버그스테이크가 있는 테이블처럼
너무나 당연하고 몹시도 그립게.
@춤을 추며 말없이
!
가벼운 소설이라 빨리 읽혔다 생각했지만
실은 무언가 모를 동요와 동의, 언젠가 같은 감정을 느꼈던 까닭에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한 일상들과 순간들에 느꼈었던 지나간 나의 감정들을
글로 아주 세밀하고 촘촘하게 그려놓았다.
책의 구절구절이 뼈를 때렸다.
그때 그 순간 내가 내뱉은 말은 그러했지만,
겉으로는 그런척했지만,
실은 이런 마음이었노라. 이 구절이 그때 내 마음이었노라.
너는 그때의 내 마음을 알고 있었느냐며,
형광펜 가득 칠해진 그 책을 나만 아는 너에게 선물로.
아니. 꼭 읽어보라며 말해주고 싶어졌다.
한낮에 읽는 것보다 감수성이 가득해진 다 늦은 저녁에, 새벽에,
맑은 날보다는 비가 오는 어느 날에,
어느 날인가 지나간 연인, 잊힌 지인들로
마음이 허해지는 기분이 들 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진다.
@오히띠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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